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20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대회 주제곡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우리가 누구인지 봐. 우리는 몽상가야. 우리는 이뤄낼 거야. 우리는 그렇게 될 거라 믿거든.” 달빛에 반짝이는 사막의 밤 같은 푸른 그라운드 무대 위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목소리와 함께 분위기는 절정을 향했다. 곡명은 2022 카타르월드컵 공식 주제가인 ‘드리머스’(Dreamers). 정국은 카타르 가수 파하드 알 쿠바이시와 같이 무대에 섰다.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마법에 대해 노래하는 후렴구는 아랍 세계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카타르의 야심 찬 기획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타르월드컵이 20일 저녁(현지시각)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은 토리노 겨울올림픽(이탈리아)과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브라질)의 개·폐막식 등을 감독한 세계적인 무대 연출가 마르코 발리치가 1년여간 공을 들인 만큼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규모로 꾸려졌다. 암전된 경기장에 관중석을 별처럼 밝힌 관중들의 핸드폰 불빛 속에 시작된 개막식은 30분간 이어졌다. 빛으로 만든 사막 위에서 배우 모건 프리먼과 꼬리퇴행증후군을 이겨낸 카타르의 유명인사 가님 알 무프타의 대화로 막을 연 공연은 각종 메들리로 이어지며 아랍에서 세계의 화합으로 나아가는 구성이었다. 32개 참가국의 응원구호를 편곡해 엮은 메들리에서는 ‘대∼한민국’도 들려왔다. 이어서 샤키라의 ‘와카와카’, 케이난의 ‘웨이빙 플래그’ 등 지난 월드컵 대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주제가들이 연달아 나왔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20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대회 주제곡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주제가 메들리의 마지막은 정국의 무대였다. 카타르월드컵 마스코트 라이브(La’eeb)의 대형 인형이 솟구쳐 오르면서 등장한 정국은 수십명의 댄서와 함께 6만명까지 수용 가능한 알바이트의 공기를 단숨에 휘어잡았다. 정국은 올여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와 협업한 ‘레프트 앤 라이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도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등 솔로로서도 음악적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카타르의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마이크를 잡고 본격 개막을 선포했다. 알사니 군주는 “우리는 인종·국적·종교·성향이 모두 다르지만 여기 카타르에서, 전 세계 곳곳 스크린에서 이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를 분열하는 것은 제쳐놓고 우리의 다양성과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것을 축하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라며 “여러분 모두 환영한다”라고 했다. 환영 인사와 함께 하늘을 수놓은 불꽃으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개막식 이후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A조 조별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루사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19일 0시)까지 29일간의 축제가 이어진다.
알코르/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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