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가 '태종 이방원'의 동물 학대 논란에 성명서를 제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1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동물 학대 논란 관련 성명서를 제출, 퇴역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사망한 말이 퇴역 경주마인 것으로 밝혀졌다. 5년여간 경주마로 이용되다 말 대여업체를 통해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투입됐다가 부상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했다"며 "단 몇 초 간의 방송 연출을 위해 발목이 묶인 채 목이 꺾여 죽은 말이 심지어 은퇴한 경주마였다니 그 비참한 삶과 죽음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신의 생을 통해 경주마의 잔혹한 삶을 사회에 드러낸 까미의 비통한 죽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을 위해 몸이 망가질 때까지 달리다 고작 서너살의 나이에 도축되는 경주마의 현실을 되새기며, 경주마의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경주마를 이용해 매년 8조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한국 마사회 역시 은퇴한 경주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생명환경권 제주비건은 "또 다른 까미가 더 이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퇴역 경주마 전 생애에 걸친 복지 체계 구축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오락을 위해 달리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유흥 수단으로 이용당하며 생을 마친 까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앞서 '태종 이방원' 측은 낙마 촬영을 위해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감아 채는 방식으로 말을 쓰러뜨렸고 해당 말은 부상 후유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다음은 동물자유연대 성명서 전문이다
○ 지난 1월 19일 동물자유연대의 문제제기로 세상에 알려진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사망한 말이 한 신문사 취재 결과 퇴역 경주마인 것으로 밝혀졌다. ‘까미’(예명)라고 불린 퇴역 경주마는 5년여간 경주마로 이용되다가 마사회에서 말 대여업체에 팔려온 뒤 약 6개월 가량 업체 소속으로 지냈다. ‘태종 이방원’ 출연 역시 대여업체를 통해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투입되었다가 부상 휴우증으로 결국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 단 몇 초 간의 방송 연출을 위해 발목이 묶인 채 목이 꺾여 죽은 말이 심지어 은퇴한 경주마였다니 그 비참한 삶과 죽음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까미’의 죽음은 한국 경주마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잔인하게 구성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2019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경주마 학대 사건 이후로 마사회는 같은 해 12월에 ‘한국마사회 말 복지 가이드라인’ 등을 개정하고 말 이력제 등을 도입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경주마 퇴사 시 신고 기준 정확성은 낮아지고 있고 이후 용도 변경 추적 관리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 2016년 ∼ 2020년까지 퇴역 경주마인 더러브렛 기준으로 약 1,400필의 말이 퇴역을 하고 있다. 이 중 42.%가 퇴역 이후 타 용도로 재활용(관상, 교육, 번식, 승용)되며 48.1%는 질병 및 부상 등으로 도태되었고, 그 외 기타 용도에 속하는 9.3%는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고 있지 않다.
○ 재활용으로 구분되는 승용마는 약 500필이며 그중 승용에 적합한 몇 십 마리를 제외하고는 승용으로 전환된 나머지 말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말 이력제는 경주마로 활용될때 효력이 있지만 퇴역 이후에는 추적 가능한 관리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퇴역한 경주마 중 용도 미정으로 구분된 더러브렛 308필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 게다가 최근에는 은퇴한 경주마를 도축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퇴역경주마 펫사료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자유연대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매달 둘째주 토요일마다 제주경마장에서 도축장까지의 8km를 걷는 ‘도축장 가는 길’ 행진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에게 퇴역경주마의 현실을 알리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 두 단체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시민들의 항의 결과 퇴역경주마를 이용한 제주도의 대규모 펫사료 공장을 만들겠다는 잔혹한 계획은 철회됐지만 국내 경주마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얼마 전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사망한 경주마의 사례가 국내 경주마들의 참담한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다.
○ 말의 평균 수명은 20년 이상이지만 경주마의 은퇴 시기는 2살에서 4살 가량이다. 예전만큼 빨리 달리지 못할 뿐 생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어린 말들은 인간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다 더 이상 경주에 쓰이지 못하게 되면 여기저기 팔려가거나 도축 후 고기로 쓰인다. 이번에 사망한 까미 역시 5-6살 가량의 어린 나이였으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말 대여업체에 팔려왔고, 방송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이 잡아당긴 줄에 고꾸라져 땅에 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은 채 세상을 떠났다.
○ 자신의 생을 통해 경주마의 잔혹한 삶을 사회에 드러낸 까미의 비통한 죽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을 위해 몸이 망가질 때까지 달리다 고작 서너살의 나이에 도축되는 경주마의 현실을 되새기며, 경주마의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경주마를 이용해 매년 8조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한국 마사회 역시 은퇴한 경주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 비록 까미는 안타깝고 짧은 삶을 마쳤지만 국내 수많은 경주마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남아있다. 온몸을 내던지며 단 몇 초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꽃마차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 도축되어 인간의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 은퇴한 경주마는 그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동물자유연대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또 다른 까미가 더 이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퇴역 경주마 전 생애에 걸친 복지 체계 구축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오락을 위해 달리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유흥 수단으로 이용당하며 생을 마친 까미의 명복을 빈다.
동물자유연대 x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사진=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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