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전무후무한 수중 액션, ‘밀수’ 만든 이유죠”
입력 2023.07.26 (13:35) 연합뉴스신작 '밀수'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밀수'는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해녀들의 밀수 범죄를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캐릭터와 소재, 거기에 류 감독의 특기인 액션이 조합됐다.
특히 훈련받은 남자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물질을 하던 평범한 여성들이 바닷속에서 펼치는 수중 액션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류 감독은 "제 입장에서 보면 해녀들은 자신의 임계점을 벗어난 초능력자에 가깝다"며 "이런 사람들이 어떤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수중 액션을 한다고 하면 새로움과 서스펜스를 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필모그래피가 어느 정도 쌓인 감독들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요. 관객이 제 영화에 기대하는 것을 충족하는 동시에 얼마나 (새롭게)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항상 부딪히죠. 바다 배경의 액션 영화라는 점은 장르 면에서 충분히 새롭다고 판단했고, '밀수'라는 소재는 관객이 연상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액션은 류 감독의 주특기이지만, 수중 액션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 출신 김희진 코치와 그가 이끄는 팀의 도움을 받아 오랜 시간을 들여 장면 하나하나를 연구해 나가야 했다.
"'모가디슈'를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안 해본 것을 할 때는 끊임없는 테스트와 연습이 필요하더라고요. 전 종종 영화 만들기를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법'에 비교하곤 합니다.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하하. 제작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를 해결해서) 그걸 하고 있는 게 영화더라고요. 제가 영화 만들기를 끊지 못하는 이유죠."
류 감독은 해녀 역을 맡은 주연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가 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도 극복해야 했다. 김혜수는 물을 보자 공황증세가 나타났고, 염정아는 수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상태였다.
"두 분께 이런 영화를 만들 거라고 자료를 보여드리면서 출연을 제안하고 나서 얼마 후에 사정을 알게 됐어요. '아, 이 영화 엎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일단 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배우들은 어떤 악조건이 있어도 연기하겠다 마음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부류의 사람들이에요. 그걸 믿었죠.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분 다 수영을 하시게 됐지요."
류 감독은 김혜수, 염정아의 오랜 팬이었던 만큼 '밀수'를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두 배우가 같이 나오는 영화가 의외로 없더라고요. 이번에 촬영해 보니 둘의 조화가 되게 좋았어요. 김혜수씨는 뜨겁고 공격적인 연기를, 염정아씨는 차가운 연기를 보여주셨죠. 서로 경쟁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밀수'로 두 배우와 작업하고 싶다는 제 꿈을 이뤘습니다.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밀수'는 올여름 극장가에 나오는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가장 처음인 이날 개봉했다.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도 흥행몰이 중이라 '밀수'로서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류 감독은 그러나 "2년 전 그 혹독한 시기에도 영화를 개봉했다"며 "그때보다 더 최악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후 7시 이후 상영이 제한되고 좌석 띄어 앉기를 해야 했던 2021년 7월, 240억원이 투입된 대작 '모가디슈'를 개봉했다. 이 작품은 그 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361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극장가에 단비를 내렸다.
"다시 생각해도 그땐 정말 우울했어요. 뭘 해도 안 되고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거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기였으니까요. 총대를 메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전 나름대로 영화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잖아요. 우리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봉을 결정하게 됐죠."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인지, 류 감독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도전하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영화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시리즈 연출 제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었다.
"'여명의 눈동자', '태백산맥', '토지'처럼 3∼4시간으로는 소화가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당연히 드라마로 만들어야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제가 그런 서사를 다루고 싶지 않아요. 극장용 영화를 포기해가면서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인 거죠. 저에게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놓칠 수 없는 삶의 즐거움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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