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남남’ 딸이 엄마 행위 목격 비틀고
넷플릭스 ‘마스크걸’ 속 모성애 변화
“독립적 존재로 보며 다양한 얘기 시작”
이엔에이 ‘남남’은 딸이 엄마의 성적 욕망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프로그램 갈무리
진희(최수영)는 상상도 못 했다. 회사에서 좌천 통보를 받고 울적해 집에 일찍 들어간 날, 그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성인영화를 틀어놓고 엄마 은미(전혜진)가 야릇한 표정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 눈이 동그래진 딸을 발견한 엄마. “늦는다며? 전화라도 하고 오지? 밥은? 우리 치킨시켜 먹을까?” 속옷을 주섬주섬 올리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 대화를 이어가는 엄마한테 딸이 할 말은 이것뿐이다. “됐어! 됐다고!” 이런 장면이 나올 줄은 우리도 상상하지 못 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한 이엔에이(ENA) 월화드라마 ‘남남’은 1회부터 고등학교 때 아이를 낳아 29년을 혼자 키운 엄마의 성적 욕망을 보여주며 기존 드라마와 다르다고 선언한다. 요즘 드라마에서 가족에 희생하지 않고 제 욕망을 드러내는 엄마는 흔히 볼 수 있다. 연애를 끊임 없이 하는 ‘알고 있지만’(JTBC)에서의 엄마도 있고, ‘닥터 차정숙’(JTBC)이나 ‘잔혹한 인턴’(티빙)의 엄마들은 다시 일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이제는 성적 욕망도 당당히 표현한다. 엄마의 자위행위를 표현한 건 한국 티브이(TV) 드라마에서 처음이다. 최수영은 지난달 17일 제작발표회에서 ‘남남’에 대해 ““케이(K)장르의 성장기”라며 “처음 보는 장면이 나오겠지만 불편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조차 ‘남남’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라고 했다. 전혜진도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드라마에서 이게 가능할까, 놀랐다고 한다.
‘남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을 엄마에 두고, 그동안 우리가 엄마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온 틀을 깬다. 극 중 한 성범죄자가 “당연히” 딸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훔친 ‘레이스 티 팬티’는 이 드라마에서는 “당연히” 엄마의 것이고, 엄마의 자위행위도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엄마는 “내가 죽을죄 졌나. 너도 하잖아”라고 받아치고, 딸은 “엄마가 그럴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난 들켜본 적 없다”며 되받는다. 이후 딸은 엄마를 데리고 성인용품점에도 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남’은 부자가 아닌 모녀 사이에서 자식이 부모의 행위를 목격하는 설정으로 비틀어 신선함을 준다”고 말했다. 엄마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더니 뻔했던 관계들이 달라진다. ‘남남’에서 엄마는 29년 만에 나타난 첫 사랑이자 아이 아빠한테 다시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이는 딸과는 별개다. 딸은 “엄마의 다른 남자 친구와 똑같이 지내자”며 처음 본 아빠한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엄마의 존재와 감정을 독립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콘텐츠에서 할 이야기가 늘었다. 그래서 엄마의 욕망에 집중한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툰 원작이 많아지며 소재가 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로 높은 표현 수위에 익숙해지는 등 환경이 바뀐 것도 이런 드라마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남’은 2019~2022년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원작보다 수위가 낮지만 19금 등급을 받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수위를 조절해서 관람 등급을 낮추기보다는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에 핵심을 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식을 위한 명분에 개인의 욕망이 더해진 ‘마스크걸’ 속 김경자. 넷플릭스 제공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은 엄마의 복수심에 불타는 욕망을 더욱 노골적으로 그린다. 아들의 살해범을 끝까지 쫓는 엄마 김경자(염혜란)가 등장하는데, 복수심이 꼭 모성애에서만 비롯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친다. 그동안 자식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든 엄마들과 다른 점이다. 원작 웹툰에서 김경자는 식당 일부터 택시 운전까지 온갖 일을 하며 억척같이 아들을 키워온 보통 엄마와 다르지 않지만, 아들이 죽자 남은 인생을 복수에 바친다. 직접 총을 구매하고, 납치·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웹툰 연재 당시 김경자의 모성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원작자인 매미·희세는 2018년 연재 후기에서 “김경자의 모성애가 순수하고 아름답고 헌신적으로만 보이지 않도록 했다 ”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김경자의 복수에는 자신이 만든 가상의 아들을 합리화하려는 심리와 종교에 대한 맹신 등 개인의 욕망이 크게 작용한다”고 짚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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