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스 듣고 눈물 났어요. 영화인으로 기쁘고, 관객으로도 감동스러웠죠.”
윤여정(74)의 한국 배우 첫 오스카상 쾌거에 원조 ‘월드스타’ 배우 강수연도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25일(현지 시간)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 배우들이 훌륭하다. 감독도 물론이지만, 나이드신 배우들의 연기력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윤여정 선생님 경우는 특별하신 게 평생 연기하셨고 70대 나이에…. 여태까지도 굉장히 인정받는 배우였지만 세계시장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눈물 났다”면서다.
강수연·임상수·김초희·이병헌·전도연…
윤여정 오스카 쾌거 축하한 영화인 말말말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순자 역할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충무로역 내 영화의 길의 모습. [뉴스1]
1987년 스물하나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고, 2년 후 임 감독의 ‘아제아제바라아제’론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거듭 수상한 그다. “베니스는 상을 타리란 상상도 못 해 참석을 못 했고 모스크바영화제 때 참석했는데 유럽 관계자들은 한국이 어딨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급격하게 커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느꼈다”고 했다. 70대 노익장 윤여정의 이번 낭보가 배우로서 “정말 힘이 됐다”면서 한국영화의 향후 선전도 기대했다.
'그것만이…' 아들 이병헌 불가능 넘어선 윤여정 축하
26일 이병헌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했다. [사진 인스타 캡처]
윤여정의 수상 소식 이후 영화계에선 작품을 함께한 배우‧감독의 축하도 잇따랐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사연 많은 엄마와 아들로 호흡 맞춘 배우 이병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윤여정의 수상 소감 발언 사진과 함께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란 문구를 올렸다. 그 자신은 2016년 제88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시상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밟은 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한 장면. [사진 CJ ENM]
2003년 윤여정이 늦바람 난 시어머니로 분한 영화 ‘바람난 가족’으로 인연을 시작해 ‘하녀’ ‘돈의 맛’으로 잇따라 함께 칸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은 임상수 감독은 배우 윤여정을 “마음이 젊은 분”이라 강조했다. “‘미나리’가 독립영화라 여러 촬영‧재정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했을 거예요. 한국에서 윤 선생님 정도면 ‘뭘 힘들게 그걸 해’ 할 수도 있는데 하시더라고요. 그 결과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마음이 젊은 분이죠. 새로운 걸 도전하고 귀찮아하지 않고, ‘하지 뭐, 내가 해주지’ 그런 심정으로.”
임상수 감독 "열연하지 않고 절제…한국에 드문 배우"
“제 작품 ‘바람난 가족’도 그 나이 여배우가 여러 가족, 사회적 상황 때문에 손쉽게 하겠다 나서기 힘든 작품인데 쿨하게 ‘재밌겠다. 못 보던 캐릭터다. 해보자’ 그러셨다”고 돌이킨 그는 윤여정이 “열연하지 않고 절제한달까. 담담한 스타일이다. 그렇게 최소한의 연기, 미니멀한, 드라이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한국에 많지 않다”고 전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LA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왼쪽부터)와 한예리가 레드카펫에 들어섰다. [EPA=연합늇,]
프로듀서 시절부터 오랜 인연으로 알려진 김초희 감독은 지난해 장편 연출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출연한 윤여정이 “대본에서 손을 안 떼고 연구를 하시더니 제 대본에서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억양과 발음으로만 역할을 재정비해 오셨다”며 패션지 ‘바자’ 인터뷰에서 감탄하기도 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선 “선생님 본인은 그 말을 한 적 없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론 상 타는 게 후배들한테 큰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수상이야 영광이지만, 그냥 선생님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도연 "윤선생님 유연함, 따라 해서 되는 것 아냐"
임 감독의 ‘하녀’로 만나기 전 윤여정을 어려워했다는 배우 전도연은 이후 윤여정과 가까워지며 자신이 주연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순자 역(‘미나리’의 할머니와 이름이 같다)에 직접 추천하기도 했던 터다. 24일 OCN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윤스토리’에서 그는 “윤 선생님은 까다롭다. 그런 까다로움이 있기에 지금까지 그렇게 작품을 선택하시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빛내고 다듬으면서 그렇게 일을 해나가시는 것 같다. 친근한 까다로움”이라며 “선생님을 보면서 저 자신을 봤을 때 너무 닫혀있는 거 아닌가.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유연함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따라 한다고 똑같이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최근 드라마 촬영이 어려워 좌절했을 때 윤여정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넌 전도연이니까 괜찮다. 너 자신을 믿으라’는 답 문자를 받고 눈물 흘린 일화도 털어놨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감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부터 윤여정과 전속계약을 맺어온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는 2004년부터 매니지먼트를 한 배우 고현정씨를 통해 윤여정을 소개받고 예순 생일잔치 등 모임에서 오래 알아온 사이. 가장 좋아하는 출연작으로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와 영화 ‘계춘할망’ ‘미나리’를 꼽은 그는 “세 역할 모두 손자, 손녀가 있고 그들을 사랑하는 할머니 역이지만 세 할머니 모두 다른 할머니다. 그 다름을 보여주시는 게 정말 대단하다”면서 “그런데도 매 작품 들어갈 때마다 대사를 잘 못 외우실까봐, 그래서 동료 배우들이나 스태프에게 피해가 갈까봐 늘 걱정하신다. 그래서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절대 손에서 놓지 않으신다”며 숨은 노력을 귀띔했다. “최고라고 말씀드리면 늘 ‘얘 너 오바하지마!’ 그러신다”면서다.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데뷔 55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계획에 대해서도 그저 “미리 앞선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훌륭한 배우를 가까이서 모실 수 있음에 적으나마 제가 도움이 되었다면 기쁜 일이고 앞으로도 마음을 다해 모실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선생님이 미국에서 돌아오시면 좋아하시는, 고기 넣지 않은 슴슴한 멸치 된장찌개와 잘 익은 김치, 그리고 갓 지은 솥밥으로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그것이 지금은 다입니다.”
나원정‧민경원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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